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파랑의 역사-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미셀 파스투로 지음, 민음사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파랑의 역사-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미셀 파스투로 지음 민음사)이다. 파랑의 역사라니, 벌써부더 설렌다. 나는 파란색을 좋아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내 기억이 닿는 그 끝에도 그랬으니, 꽤 어릴때부터 파랑에 매혹되었던 것 같다. 정말 맑고 투명한 파랑색 앞에서는 나는 어쩔줄 모르겠다. 그냥 그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나는 그 파랑에 흠뻑 빠져들고 싶다. 그냥 너무 좋다.
도서관에서 발견한 이 책은 파랑을 주인공으로 역사를 정리한다. 새로운 시각이다. 사람도 아니고 색깔 전반도 아닌 파랑색 하나를 기준으로 삼다니, 저자의 섬세함과 대범함에 감탄하며 책장을 넘겼다. <파랑의 역사>는 시대 별로 파랑색에 대한 역사적인 사건들 염료의 발견과 염색의 노력들 그리고 파랑이 어떻게 쓰이고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어떻게 확장해갔는지를 해당 시기별 미술 작품, 건축물, 이후는 의류까지 상세히 보여주며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역사의 공간적 배경은 서양이다. 주로 유럽.
파랑은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색이었다. 고대사회 기본 3색은 적색, 흰색, 검은색이었다고 한다. 파란색의 상징성은 약해 보였다. 그런 점에서 파란색은 눈에 띄지 않는 색체였다. 언어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고대 여러 언어속에서 이 색을 명명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흔적.
기원전후 파랑은 전면에 나타나지 않고 대체로 바탕색으로 쓰였다. 기원후 1세기 경의 폼페이 회화가 그 예다. 로마회화도 마찬가지였다. 중세초기에도 뒷전으로 밀려있었다. 라틴어나 각 지역의 언어를 보면 청색을 연상시키는 단어나 어원을 가진 인명이나 지명은 찾아볼 수가 없는데, 이 색은 사람이나 장소를 명명하거나 상징하는데 쓰이기에는 사회적 인식이나 상징성이 너무 약했던 것이다.
유럽전역에서는 17세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청색이 물을 상징하는 일반적인 색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 전에는 일반 지도나 해도에 바다 호수 강 등을 표현할때 주로 녹색이 쓰였다고 한다. 신기하다. 당시 지도를 찾아보아야겠다.
12세기 전반에 파랑이 단독으로 성모마리아가 입은 상복의 색깔을 차지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청색은 역사에 새로운 색의 지위를 얻으며 재등장한다. 성모마리아에 대한 열렬한 숭배가 청색의 인기를 굳건하게 만들며 모든 에술분야로 빠르게 확산시켰다. 이렇게 1140년 경 생드니의 청색이 탄생하게 된다. 생드니 수도원의 부속교회 재건축을 계기로 스테인드글라스 직공들이 이 색을 만들어 낸 것이다. 샤르트르의 청색이기도 하고 르망의 청색이기도 하다.
14세기 중반부터 서양에서는 청색이 새로운 역사의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붉은색의 맞수일 뿐 아니라 검은색과도 경쟁하게 된다. 청색은 왕의 색, 성모마리아의. 색에서 이제 검은색과 함께 ‘도덕적인’ 색이 된다. 중세와 종교개혁 시기의 경건한 색을 지나, 18세기에 들어서며 가장 사랑받는 색의 지위를 차지한다.
새롭게 형성된 색의 상징체계에서 진보의 색, 빛의 색, 꿈과 자유의 색으로 인식되어 선두를 차지하며 위치가 확고해진다. 낭만주의의 영햑과 미국과 프랑스의 혁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청색의 지위와 인기가 올라가며, 우리가 지금 프러시안블루로 알고 있는 베를린블루가 상품화되기도 한다. 여기에 1774년 발행된 <젋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묘사된 베르테르의 파란 연미복이 파랑의 인기에 불을 붙인다. 또한 12세기에는 왕의 문장, 13세기에는 군주의 색이었던 프랑스에서의 파랑은 18세기 혁명을 거치며 삼색휘장에서 국기의 자리를 차지한다. 17세기 뉴튼은 프리즘으로 색의 근원을 밝혀낸다.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 후 색체론을 탐구한다.
18세기 후반, 우리가 아는 청바지가 등장한다. 1853년 24세의 유대인 청년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샌프란시코에 도착해, 천막보다 바지가 필요하다는 말에 천막 천으로 바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물론 처음에는 아이디어였고 이후네는 적정한 서지천을 이용하게 된다. 데님의 기원이다. 님지방의 서지(서지드님)라는 프랑스어 표현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20세기 파랑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색이 된다. 월등히 사랑받는 색이 된 것이다. 이제 파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색의 어휘도 흉내낼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을 부여한다. 블루스라는 음악장르가 떠오른다.
재미있는 점은 파랑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유렵에서는 따뜻한 색으로 통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모든 색 중에 가장 따뜻한 색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19세기에야 비로소 차가운 색으로 자리매김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색은 공간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순전히 관습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읽어보니 그러하다.
파랑으로 본 서양문명 변천사였다. 아주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내가 사랑하는 파랑이 더욱 사랑스럽게 보인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진정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파랑 펜이라도 사야겠다.
<파랑의 역사> 미셀 파스투로 지음, 민음사, 2000
김콧물 서평 2022. 11. 27 / 블로그 김콧물의 책이야기
파랑은 한자로는 청색(靑色), 영어로는 blue이다. 이제 색의 정의는 과학적인 근거로 접근한다. 파랑은 470mm 정도의 파장을 갖는 색이다. 빛의 굴절률이 가장 큰 색이라고 한다. 파랑은 원색인데, 색을 혼합하여 모든 종류의 색을 만들 수 있는 독립적인 색이라는 의미이다. 불빛을 겹쳐 새로운 색을 만드는 가산혼합의 삼원색은 빨강, 녹색, 파랑이고, 잉크를 더해 색을 만드는 감산혼합의 삼원색은 시안, 마젠타, 노랑이다. 웹(html)에서 파랑색은 #0000FF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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