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흡사 어부나 생물학자, 동물학자, 물고기 연구가를 연상시키는 책이다. 하지만 실체는 완전히 다르다. 그는 기호학자, 미학자, 언어학자, 철학자, 소설가이자 역사학자이다. 이런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고 각 분야마다 일가를 이루었다는 점은 지금 다시 봐도 놀랍다.
움베르트 에코. 세계적인 이 학자는 이름도 특이하다. 이름만 들으면 환경운동가 같기도 하다. 무려 이름이 에코이니 말이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환경단체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는 이탈리아인으로 1932년 1월 5일에 태어나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살았다. 그리고 2016년 2월 19일에 사망했다.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그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는 유명한 작가이다. 전 세계 지식인들의 극찬을 받았다는 이 소설은 결코 읽기 편하지 않다. 오히려 읽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 소설은 다행히 영화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우리는 좀더 편하게 그 내용을 즐길 수 있다.
<장미의 이름>(이탈리아어: Il nome della rosa)은 이탈리아 어느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현대가 아닌 14세기이다. 1327년 11월이 배경이다.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도사, 윌리엄과 그를 모시는 수련사 아드소는 한 수도원의 원장에게 부탁을 받는다. 이 수도원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이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몇몇 수도사들이 사망한다. 윌리엄은 이 죽음의 중심에는 수도원에 있는 장서관에 있다고 생각한다.
<장미의 이름>은 일부 역사적 사실을 배경을 한 메타픽션이라고 한다. 이게 사실일까 픽션일까. 그의 해박한 지식과 타고난 이야기꾼의 자질은 독자를 많이 헷갈리게 한다. 에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이 소설 속 수많은 비유와 지식을 해석하는 것도 큰 즐거움인가보다. 이 소설을 해석하는 책들도 있다. 세계적으로는 더 많을테고, 우리나라에도 <장미의 이름 작가노트>, <장미의 이름 읽기 – 텍스트 해석의 한계를 에코에게 묻다>, <장미의 이름 열쇠> 등의 책이 출간되어 있다고 한다. 놀라운 소설임은 분명하다.
<장미의 이름> 영화는 1986년 장 자크 아노 감독이 만들었다. 숀 코너리가 주인공인 윌리엄으로 아드소 역으로 크리스천 슬레이터가 출연했다. 원작의 이야기가 워낙 촘촘하다보니 영화도 비슷하다. 그래도 131분이면 이 두꺼운 소설의 이야기를 즐겁게 볼 수 있다.
<장미의 이름> 책은 이탈리아에서 1980년 처음 출판되었다. 한국에는 이윤기 선생이 영문판을 중역해 1986년 5월 15일 초판이, 1992년 6월 26일 개역판이 발행되었다. 이후에도 2000년 3판 2006년 4판이 발행되었다.
이후 에코의 기호학자의 면을 제대로 보여준 <푸코의 진자> 소설이 있다. 푸코의 진자는 과학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치이다. 프랑스의 과학자 레옹 푸코(Jean Bernard Léon Foucault)가 고안해 낸 장치이다. 지구가 자전한다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실험으로 증명한 첫 사례로 유명하다.
1851년 푸코는 팡테옹의 돔에서 67미터의 실을 내려뜨려 28킬로그램의 추를 매달고 흔든다. 시간이 지나서 어떻게 되었을까. 진동면은 천천히 회전한다. 공기의 저항은 무시하고 보면, 진자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과 실의 장력 뿐이다. 진자를 장시간 진동시키면 진자는 지구의 자전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돌게 된다. 사실 진자가 돈 것이 아니라 지구가 돈 것이다. 이렇게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입증한다.
푸코의 실험에서 추의 진동면은 32.7시간마다 완전한 원을 만들면서 시계방향으로 매 시간 11도 씩 회전했다고 한다. 이때 사용된 진자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으로 옮겨지고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다시 파리의 판테온으로 옮겨졌다. 1995년부터 판테온 돔에서 기존 진자와 동일하게 제작한 복제품이 영구적으로 진동하고 있다고 한다.
<푸코의 진자> 이런 역사적 과학적 장치를 제목으로 에코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이 소설을 준비하기 위해 에코는 관련서 천 여 권을 읽었다 호언했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 에코는 오컬트의 세계를 종횡무진 다루고 있다. 오컬트란 감춰진, 숨겨진, 비밀 등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이 책은 1990년 우리나라에 출간되었고 역시 이윤기 선생이 번역했다. 이 책도 역시 난해한 편이다. 영국의 유명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앤서니 버제스도 색인이 필요하다고 주문할 정도이다.
좀더 에코의 글을 쉽게 접하는 방법이 있다. 그가 쓴 문화비평 에세이를 읽어보는 것이다. 2009년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현재까지 구매가능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란 문화비평 에세이가 그것이다. 이 책은 같은 출판사인 열린책들에서 1995년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이후 개정증보되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으로 재출간되었다.
에코의 저서 중 유명한 책 중 하나로 <논문 잘 쓰는 방법>이 있다. 논문을 제대로 쓰고 싶은 학생을 위해 논문 작성의 대가인 에코가 직접 나선 책이라고 한다. 공부하는 법, 글을 쓰는 기술, 정리된 사고를 하는 법 등 논문을 쓰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 테크닉과 논문 작성 노하우 등이 담겨있다.
에코는 방대한 지식을 공부한 학자이다. 지식계의 티렉스(티라노사우르스)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량의 독서를 했다고 한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 현대 컴퓨터와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 깊이있는 분석과 연구로 유명했다. 그는 이미 작고했다. 하지만 그의 저서는 남아있다.
우리나라에는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출간한 움베르트 에코 마니아 컬렉션이 있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 등 그의 소설은 빠져있다. 에코의 비평 에세이 8종, 문학이론 7종, 기호학 5종, 대중문화 3종, 미학과 철학 2종 등으로 총 2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코를 좋아한다면 소장해 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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