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식품이 담긴 택배에 붙어있는 기호가 있습니다. 눈 결정체를 나타내죠. 눈과 얼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기호입니다. 오늘은 이 기호로부터 출발해, 눈과 눈 결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겨울이면 자주 만나게 되는 눈, 눈은 모두 같은 모양일까요?
잠깐 생각해 봐도 다를 것 같습니다. 포근하게 덮이는 눈이고 뭉쳐보면 잘 뭉쳐지는 눈이 있는가하면, 쌀가루처럼 그냥 날려버리는 눈도 있죠. 비와 섞이는 눈도 있구요.
눈의 종류는 함박눈, 싸락눈, 날린눈, 진눈깨비 등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함박눈은 여러 눈 결정이 서로 달라 붙어서 눈송이를 형성한 눈입니다. 영하15도 정도의 공기에서 형성됩니다. 함박눈에는 습기가 많습니다. 싸락눈은 구름으로부터 떨어지는 얼음알갱이라고 합니다. 불투명하고 하얀색을 띠죠. 싸락눈은 함박눈보다는 훨씬 추운 영하 30도 이하의 찬 공기에서 만들어 진다고 합니다.
가루눈은 얼음의 미세한 결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혀 뭉쳐지지 않습니다. 가루 모양입니다. 바람이 강하고 기온이 낮은 날씨에서 나타나는 눈의 모양이라고 합니다.
눈의 종류만큼 눈 결정 모양도 다르겠지요. 눈 결정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눈 결정에 대해 가장 오래된 기록은 놀랍게도 중국입니다. 기원전 135년 한나라의 학자 한영(韓嬰)이 [한시외전(韓詩外傳)]이라는 책에서 “풀과 나문의 꽃은 보통 잎이 다섯 장이지만, 눈은 항상 육각형이다”라고 썼다고 합니다. 꽃과 잎이 다섯 장이라는 것은 5각형을 말하는 것이겠죠.
눈 결정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유럽에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한영의 한시 이후 약 1700년 이후에 언급이 시작됩니다. 과학적으로 처음 접근한 사람은 케플러 법칙으로 유명한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유명한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이후 꼼꼼하고 합리적으로 관찰합니다.
독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가 눈 결정에 대해 과학적으로 최초 언급한 과학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케플러 맞습니다. 그는 1611년 [육각형 눈송이에 관하여(On the Six-Cornered Snowflake)]라는 논문에서 눈 결정이 왜 6중 대칭을 이루는지에 대해 다룹니다. 이 책은 눈 결정체나 식물의 형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한 최초의 시도라는 역사적 가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 케플러는 구의 육각형 밀집 패킹이 눈 결정 형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측합니다.
이어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르네 데카트가 눈 결정 형태에 대해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꼼꼼하게 기술합니다. 1635년 눈의 결정을 관찰해 기상학지에 발표합니다. 이는 눈 결정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관찰 기록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 30년 뒤, 영국의 과학자 로버트 훅(Robert Hooke)이 [마이크로그라피아(Micrographia)]라는 저서를 통해 현미경으로 관찰한 눈 결정 과정을 그림으로 공개합니다. 훅은 자신이 개량한 현미경으로 쉽게 관찰할 수 없는 생물(파리, 진드기 등)과 무생물 등을 관찰합니다. 현미경을 이용하여 쓴 최초의 책인 훅의 현미경으로 본 눈 결정 모양이 정교한 그림으로 담겨 있습니다. 눈 결정은 무생물 카테고리에 있습니다.
우리가 눈 하면 떠올리는 눈 결정체의 이미지가 있지요? 크리스마스 카드에 넣거나 연말연시 곳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눈에 대한 이미지들이요. 이 눈 결정 이미지는 눈송이 전문가 윌슨 벤틀리의 사진에서 왔습니다.
미국의 사진작가 윌슨 벤틀리(Wilson Bentley)는 최초로 눈결정 사진을 찍습니다. 벤틀리는 평생 5,000개가 넘는 눈 결정 모양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 중 약 2,500장의 눈 결정 사진을 수록한 [눈 결정(Snow Crystalals)]을 출간합니다. 1931년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습니다.
미국 버몬트주 제리코 근처 농장에서 성장한 벤틀리는 15세에 부모님께 생일 선물로 현미경을 받아 눈을 관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1885년, 그의 나이 19세에 처음으로 눈 결정을 사진 찍는 것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 눈 결졍에 대한 관찰과 기록은 45년이 넘게 이어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관찰한 눈 결정을 9권의 공책에 일일이 관찰기록을 작성했다고 합니다. 그의 이러한 정성과 기록 덕분에 현재 우리까지 눈 결정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는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이것을 사진으로 기록했습니다. 벤틀리의 사진이 워낙 훌륭해서, 굳이 현대 과학자들이 결정 사진을 다시 찍을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하니, 정말 놀랍습니다.
벤틀리는 평생 눈 결정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남깁니다. 현미경 대물렌즈가 담긴 카메라로 눈의 결정체를 촬영해 5,000장이 넘은 눈 결정 사진을 남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눈 결정은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똑같은 눈송이는 없다고 합니다. 사람과도 같네요.
그는 눈송이 벤틀리(Snowflake Bentley), 눈송이 아저씨(The Snowflake Man) 등 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불리울만하지요. 당시 그가 찍은 눈송이들은 지금도 책이 아닌 실제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가 눈 결정을 관찰하고 사진 찍었던 버몬트주 제리코의 건물은 미술관이 되었습니다. 전시는 무료이고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고 합니다. Old Red Mill(National Historic Site)에 있습니다. 전시는 무료이며 대중에게 공개됩니다.
이후 눈 결정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1954년 일본의 과학자 나카야 우키치로(中谷 宇吉郎, Ukichiro Nakaya)에 의해 이뤄집니다. 그는 눈 결정에 대해 체계적 연구를 한 최초의 과학자입니다. 핵물리학자였던 나카야는 통제된 조건 속 실험실에서 인공 눈을 만들어 냅니다. 세계 최초로 저온 실험실에서 인공 눈을 만들며 눈 생성 과정 연구를 이 연구의 결과는 1954년 [눈 결정: 자연 눈과 인공 눈 (Snow Crystals: Natural and Artificial)]으로 출간됩니다. 눈 결정의 물리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담긴 저서입니다. 평생 눈과 얼음을 연구한 이 실험물리학자는 과학의 한 분야인 설빙학(雪氷學 cryology)을 개척합니다. 그가 쓴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 (雪は天からの手紙)]라는 책이 2023년 1월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출판되었습니다.
눈 결정은 사람의 지문처럼 같은 것이 없다는 것도 놀랍지만 고성능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프랙탈 구조라고 합니다.
눈 결정은 알수록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눈 결정체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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